전체 합작 페이지 : https://papapapang.postype.com/post/5086778 알베르 크로스만은 최악을 상정할 줄 아는 인간이다. 예를 들면, 매일 제시간에 맞춰 나오는 식사에 유난히 목이 걸려 볼품없이 식탁에 머리를 박는다던가. 겨우 급한 사안들을 정리하고 잠든 밤에 더 이상 아침을 맞지 못하게 되어버린다던가. 만일 급작스러운 죽음을...
여름이었다. 지금껏 그들은 수도 없이 많은 여름을 지나왔으나, 유독 이번 여름만은 그들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날이 더웠다. 바람마저 미적지근하여 그늘에 몸을 누이지 않고서야 여름을 온전히 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 계절의 초입에서, 케일은 자신과 알베르가 기어이 열병에 걸렸음을 실감했다. 서로를 볼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울렁이고, 열이 오르고, 주위...
항해의 시작이었다. 별빛에 의존해 밤항해를 나가는 건 위험하므로, 알베르는 그의 항해를 위에서 연등을 날려주었다. 등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하게 그를 비췄다. 밤을 맞아 잠이 든 그는 무척이나 평온해보였다. 마치, 삶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후련히 지워낸 듯한 얼굴이었다. 바다를 건너기에 그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마침 바다도 물살에 선명히 별빛의 자국을...
그는 오늘도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목이 죄인 사람처럼 가쁘게 호흡을 내쉬고, 불쾌하게 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을 대충 손등으로 닦아낸다.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천둥이 몰아치며 장대비가 내리는 밤으로부터 곤히 잠든 연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한 번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러곤 흰 이불을 연인의 목 아래까지 덮어주고 자신은 검은 슬리퍼...
무겁게 감긴 눈꺼풀 위로 태양의 잔상이 스며들었다. 케일은 몇 번 눈을 깜빡이다, 미간을 좁힌 상태로 창 밖을 응시했다. 활짝 열린 창 너머로 푸른색과 뒤섞인 밝은 주황빛이 이제 막 떠오르는 걸 보니,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아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아직 또렷하지 못한 사고로 머리 속에 널부러진 생각들을 천천히 정리했다.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잠...
*MOLLY(@4SNWER4)님의 알베케일 SF물 썰 기반 글연성입니다! 몰리님 항상 너무 고맙습니다😍 (원본 링크 : https://twitter.com/4NSWER4/status/1139789492179439618?s=09) "저하, 저 왔습니다." 케일이 그의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그의 집무실에서 갖가지 서류더미들이 산을 이루고 있기 ...
"이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제 와서 그걸 물어?" 낡은 문이 열리며 끼긱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래 전에 건축된 건물이니 여기저기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도야 당연했다. 알베르의 안내를 받으며 케일이 들어간 곳은, 케일의 옛 기억을 빌리면 오래된 성당과 비슷한 장소였다. 알베르가 설명하길 역대 로운의 왕들이 모두 이 곳에서 대관식을 치뤘다고 했다....
나를 찾으러 와요, 알베르. 그 말을 끝으로 케일은 사라져 있었다. 차마 알베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이었다. 아직 케일이 머물던 소파에 온기가 남아있었다. 방금 전까지 쥐고 있던 펜도, 입고 있던 옷도, 모두 제자리였다. 온 세상이 조금 전과 다를 바 없이 잠잠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케일 헤니투스는 말끔히 지워진 후였다. 케일? 그가 뒤늦게 제 연인...
케일과 알베르가 지금껏 자신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둘에겐 언제나 본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인생은 지금껏 그런 일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다 제쳐두고 마음가는 대로 해보고 싶었지.”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는 일종의 동의였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군.” 알...
약한 인간, 떨어진다! 굳이 라온이 말하지 않아도 떨어지고 있는 것 정도는 케일도 알았다. 케일과 라온은 몇 분 동안이나 떨어지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케일이 서있는 바닥 밑이 뚫려 그가 떨어지기 시작한 뒤로 라온이 그를 따라 밑으로 나는 중이엇다. 젠장. 케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람의 힘을 사용해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라온의 마법도, ...
3. 케일 헤니투스는 그가 사랑하던 이들의 곁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했다. 영상통신구 너머로 소식을 전해 들은 왕세자와 소식을 전한 헤니투스가 일원들 간에 제법 긴 침묵이 이어졌다. 곧, 침묵을 깨뜨린 왕세자는 케일의 장례식을 그가 과거에 지켜낸 왕성의 광장에서 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죽음이 로운에게 있어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에, 헤니투스 가는 왕세...
전쟁의 종식은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혹은 고요하게 찾아왔다. 케일은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다가 눈을 떴다. 황혼이 보였다. 저의 머리칼을 닮은 붉은 색이 흘러내리다가 결국 어둠이 잠식하는 찰나의 순간이 제법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는 찬 흙바닥에 누워 그렇게 잠시간 하늘을 올려보다 소매로 피가 묻은 입가를 대강 닦아냈다. 어차피 조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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